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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6   노무현. 당신의 이름이 그립습니다. 
2008/05/28   햇살아래. 

 

노무현. 당신의 이름이 그립습니다.
+   [끄적끄적/일상다반사]   |  2009/05/26 00:44  
작년의 오늘도 맑았습니다. 하늘이 파랬지요.
하지만 그 날 새벽에는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고, 길바닥을 향해 물을 쏘았더랬지요.

가슴이 끓어올랐지만, 냉정했고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기가 차긴 했지만, 그거 참 개념없는 인간들이네 하며 빙긋 웃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오늘도 맑았습니다. 하늘이 파랬지요.
회사에서 내려다본, 텅텅빈 시청광장의 잔디도 하늘만큼이나 파랬지요.
하지만 하늘은 울고 있었고, 세상은 온통 검은 빛이었더랬습니다.

가슴이 끓어올랐고, 아팠고, 화가 났습니다.
기가 찼고, 어이가 없고, 믿어지지 않고 분통이 터지고 속이 아파왔습니다.

아침부터 메시지와 전화와 쪽지가 쌓였습니다.

웃어야만 했던 생일 날, 억지로 웃어보였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꼴보기 싫은 놈들이군요. 하필이면 지금. '북풍'인가요? 정녕코, '북풍'인가요?
의심에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광화문과 시청광장과 청계천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전경들이 줄지어 서있고, 전경버스에는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제일 먼저 달려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써있습니다.
배알이 꼴리고 속이 뒤틀립니다.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정치적 신념을 함께하는 동지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다, 문득 속이 아파집니다. 울컥 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햇볕에 널어말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태어난 이래 정확하게 만 32년 동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신 적은 더더군다나 없습니다.

술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홀짝 홀짝. 마셨습니다.
그리고 한 캔 더 마실까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술은.
자신의 시간을 물 속에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을, 물 속에 던집니다.


분향소를 흘깃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바보들.
작년 촛불집회 때 노무현 대통령의 동영상을 그토록 보았으면서도 몰랐더냐. 정녕코 몰랐더냐.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 제 생애 다시 이런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한미 FTA 때도 혀를 끌끌 차면서도 지켜보았고,
대연정 이야기를 할 때도 삽질한다 싶어도 지지했고,
뇌물수수 받았다고 할 때도 몰랐다잖아 라며 옹호했습니다.

언제나 서민을 위한, 나라를 위한 그의 '선의'를 믿었는데...
힘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아픕니다.
믿으면서도, 행동하지 않아서 더더욱 아픕니다.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뻔뻔스럽고 오만한지,
당신이 있던 5년 동안 우리는 모두 잊었다가,
당신이 내려온 1년여만에 깨달았는데 이제 그 사실을 다시 가르쳐 줄 수가 없군요.


인생의 유일한 실패는 자살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나이가 얼마나 되었든, 상황이 어떻든 너는 도전할 수 있고,
성공 할 수 있으니 실패한 건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당신은 실패했군요.
그렇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실패한 당신의 이름을 보면,
실패한 당신의 얼굴을 보면,

왜 이렇게 서러움이 북받칠까요.


노무현. 당신의 그 이름이 그립습니다.
먼 곳에서, 편히 쉬시길.



일 년을 함께한 사람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화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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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아래.
+   [끄적끄적/기억창고]   |  2008/05/28 13:23  

1.

용감하게 자라오른 녹색 잎들은 사람들을 길 가로 밀어내고
청계천이 마치 제 구역인양 영역을 표시하기에 바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리디 여린 초록 빛이었는데요.

만발한 초록빛에,
청계천이 비좁아졌습니다.

야트막하게 걸린 햇살이 흐르는 물에 부서져 눈이 부십니다.
녹색 잎들과 함께 아침나절의 청계천을 차지하고 있네요.


반짝이는 햇살과,
즐거운 초록빛에 못이겨 청계천 다리에 기대어
한참을 서있었더랬습니다.


아침 나절은.
짧네요.

짧은 아침 나절의 여운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2.

아침잠이 많은 아들이
이불 속에서 겨우겨우 눈을 뜨고 있을 때,

먹고 가라며 챙겨주시는 아침을 마다하고
아직까지도 졸음을 쫓지 못해 겨우 일어나 갸르르릉 대고 있는 아들을 위해
토마토 쥬스를 갈아 주시네요.


아침 나절은.
짧네요.

짧은 아침 나절.
잠 투정하는 여운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


3.

밥 먹는 것보다 노는게 좋아서
하루 온종일 동네 한가운데 마당에서 굴러다닐 때,

외손자 밥 한 숟가락 먹이겠다고
아침 나절부터 국밥을 말아서
숟가락을 들고 뛰어나오신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제가 쪼그맣던 시절...
지금 바라보는, 반짝거리는 청계천보다 훨씬 더 넓게 햇살이 부서지던...
남강변을 따라 저를 업고 다니셨더랬지요.


그리워 할 수 있는...

아침 나절은.
짧네요.

짧은 아침 나절.
그리워서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고.
아직 이야기 할 수 있는 분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


4.

5월이니까요.


화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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