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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
+   [끄적끄적/기억창고]   |  2008/02/10 14:17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 추석 이야기 를 먼저 보시길...


1.

사랑한다라는 말보다,
보고싶다라는 말을 더 깊게 받아들이지만.
언제나 보고싶다라는 말의 가슴아림을 빼놓고 받아들였습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을 빼놓고 받아들였습니다.

좋아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눈빛 한 쪽을 빼놓고 받아들였습니다.

노력하다. 도전하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최선의 힘은 빼놓고 받아들였습니다.


모든 일에는
'내일'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모든 일에는
'다음'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온실 속의 화초라서 그런지.
사랑만 받고 커서 그런지.

정말로 아픈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로 미쳐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언제나 절.실.함. 이 부족했습니다.



2.

언젠가 한 번 제대로 아픈 일이 생기면...
좀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있으려나 하고 자주 생각했습니다.

절실함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약한지라,
언제나 화들짝 놀라고 살포시 물러나고 노력않고 도망가거든요.


절실함을 가졌을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저도. 친구들도 궁금해했습니다.
30년 동안이나 궁금해 하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지지 못했습니다.



3.

어렸을 때부터 모아두었던
친구들, 연인들과의 편지를 꺼냈습니다.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할 사람과,
앞으로 다시는 안 볼 사람들의 기억들을 골라내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찢어서 버리다가...
손가락과 팔목이 아프기 그냥 박스에 휙휙 던져넣기 시작합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보내신 전보와, 편지들도 있네요.
외할아버지의 글 속에 외할머니도 보입니다.

또 울컥 해서.
이불 속에 스스르 숨어들어가서 웅크리고 자다가 다시 던져넣습니다.


그 친구는 절실했군요.
절실함을 배우게 되면, 다른 사람의 절실함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제가 썼던 글은 어느 만큼이나 그 절실함에 대답하고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편지 박스 속에서...

오래된 흑백사진 하나와,
1100원의 전리품을 얻었습니다.



4.

진주성에 갔더랬습니다.

여기서 다리가 아파서 쉬셨고,
여기서 손잡고 웃으셨고,
여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있으되,
전화를 걸면 이제는 할아버지가 받으십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가슴이 인정을 못하는군요.
손을 뻗으면 맞닿는 느낌이,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목소리가 생생한데... 현실이라는 것.
이제는 받아들여야겠지요.


뭐. 사는게 다 그런거니까.
근데... 보고싶은데 어쩔까나요.

바로 지금...
곁에 있을 때 사랑하길.


화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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